완벽한 안전은 환상이다

지난해 생리대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후 수많은 여성단체, 페미니즘 단체가 생리컵을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회용 생리대와 탐폰이 각종 유해화학물질과 독성쇼크증후군으로 불안한 반면, 생리컵은 의료용 실리콘이라서 유해물질이 없고 세균이 번식하지 않아 100% 안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당장 일회용생리대를 벗어던지고 생리컵으로 갈아타면 생리질환으로부터 자유로운, 완벽한 안전히 실현될 것만 같다.

그러나 과연 생리컵은 완벽하게 안전한가?

최근 들려오는 얘기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생리컵 역시 독성쇼크증후군, 콩팥산통 등의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고 질 내에서 포도상구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또한 생리컵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생리주기의 변화, 생리량의 변화, 일시적 어지러움, 부종 등 부작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몇 가지 체험담, 임상사례,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사진=생리컵

1. 생리컵으로 독성쇼크증후군에 걸린 37세 백인 여성

2015년 영국의 37세 백인 여성이 이틀 동안 고열, 복통, 근육통, 질 분비 과다, 가슴, 허벅지, 회음부 부위의 홍피증 등에 시달리다가 응급실로 실려 왔다. 이 여성은 10일 전 생애 처음으로 생리컵 착용을 시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용방법은 위생적으로 적절했으며 교체주기도 적절했다. 다만 초기에 착용할 때 생리컵에 작은 흠집이 났던 것을 기억해냈다.

이후 생리량이 엄청 늘었고 평소보다 오래 지속됐다고 한다. 7일째 되는 날 검은 분비물이 나왔고 이틀 후에는 몸에 열이 나면서 고름과 같은 노란 분비물이 나왔다. 이때부터 생리컵 사용을 중단했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서 열흘 째 되는 날 응급실을 찾았다.

입원 첫날 열이 39도까지 치솟는 등 증세가 더 악화됐다. 이틀째 되는 날 전신에 발진이 일어났다. 독성쇼크증후군 진단이 내려져 다른 항생제와 더불어 클린다마이신을 정맥주사했다. 이후 점차 회복해 8일 후 퇴원했고 이후 통원치료를 받았다.

2. 생리컵으로 콩팥산통(renal colic)을 앓은 여성

생리컵을 사용하던 여성이 오른쪽 옆구리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통증은 진통제로도 다스려지지 않았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소골반 직경의 3분의 1 이상의 공간을 생리컵이 차지하고 있었고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친 상태였다. 초음파 촬영으로 오른쪽 콩팥이 부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증상은 생리컵을 제거하자 완전히 사라졌다.

3. 생리컵 사용 후 생리주기가 바뀌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

2007년 커뮤니티 사이트인 ‘라이브저널’에 생리컵 사용으로 생리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원래 주기가 32일인데 생리컵 첫 사용 후 22일로 짧아졌고, 두 번째 사용 후에는 19일로 짧아졌다고 한다.

이후 중단했다가 다시 생리컵을 사용하자 주기가 13일로 짧아졌다는 것이 이 여성의 주장이다. 이 여성은 생리컵을 사용할 때마다 생리주기가 짧아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한 번 사용 후 늘 몇 달의 휴지기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 사연이 올라온 이후로 비슷한 주장을 하는 여성들의 답글이 달렸다. 한 여성은 원래 주기가 한 달 반 정도로 일정했는데 생리컵 사용 이후로 2~3주 간격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여성도 생리컵 사용 후 주기가 32일에서 25~26일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처음에는 스트레스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후로도 계속 주기가 짧아져서 생리컵을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여성도 생리컵을 처음 사용하고 2주 만에 또 생리를 했다고 주장한다.

사진=복부 통증

4. 생리컵 사용 후 회음부가 부어오르고 생리통이 심해졌다고 주장하는 여성들

2018년 ‘라이브저널’에 올라온 사연으로 생애 처음 생리컵을 사용 한 후 회음부가 부어오르고 생리통이 심해졌다고 한다. 생리컵을 제거하자 생리통은 사라졌고 부어오른 회음부도 점차 가라앉았다고 한다. 또 다른 여성도 약 3일간 생리컵 착용 후 회음부가 심하게 부어오른 경험을 했다고 한다. 생리컵 제거 후 점차 가라앉았다.

2009년에도 비슷한 사연이 두 건 올라왔다.

또 다른 커뮤니티인 ‘레딧’에도 생리컵 사용 후 생리통이 심해지고 회음부가 부어올랐다고 주장하는 사연이 올라와 있다.

5. 생리컵 사용으로 어지럼증, 실신을 경험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

역시 ‘라이브저널’에 올라온 사연으로 한 여성이 생리컵 사용 후 어지럼증과 함께 몇 분 동안 앞이 컴컴해지면서 정신을 잃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이후 몸이 떨리면서 구역질과 구토를 했다. 이에 대해 몇몇 여성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증언이 올라오고 있다.

이 증상은 뇌가 생소한 자극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해서 생기는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이라고 커뮤니티 내에서 정리되고 있다. 자극에 익숙해지면 증상은 곧 사라진다고 한다.

레딧에도 생리컵을 빼다가 같은 경험을 한 여성의 사연이 올라와 있다.

6. 생리컵, 생리대가 케냐 여학생들의 삶에 가져온 변화 및 안전성에 대한 연구

케나의 30개 학교 총 604명의 여학생들에게 생리컵과 일회용 생리대를 나눠주고 이로부터 일어나는 생활의 변화, 생리 상태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생리컵과 생리대를 지급 받은 여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여학생들에 비해 결석과 중퇴 비율이 다소 감소했으며 성병감염, 임신 등의 사고도 약간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생리컵, 생리대를 지급 받은 그룹, 아무 것도 지급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생리를 해결하는 그룹 모두에서 비슷한 비율로 검출됐다. 다만 이중 실제로 TSS 독소가 발견된 것은 생리대를 지급 받은 두 여학생뿐이었으며 증상은 전혀 없었다.

대장균은 생리컵을 시작한 초기에 증가했다가 6개월 이후부터는 감소했다. 이는 초기에는 사용이 미숙해서 생리컵을 떨어뜨리거나 손으로 더 많이 만졌기 때문이라 추측한다. 생리컵 사용자의 7%가 분실, 오염, 파손 등으로 생리컵을 새것으로 교체해야 했다.

사진=다양한 모양의 생리컵

7. 프랑스 클로드베르나르 대학 연구팀의 실험

프랑스 리옹 클로드베르나르 대학 연구팀이 11종의 탐폰과 4종의 생리컵에 포도상구균을 배양한 결과 양쪽 모두 포도상구균이 쉽게 증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둘 모두 삽입하는 과정에서 공기가 들어가 균이 더 잘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생리컵은 형태와 용량에 따라 더 많은 산소가 유입돼 실질적으로 탐폰보다 박테리아와 독소의 양이 더 많이 나왔다고 한다. 또한 제조사들은 생리컵이 사용 후 수돗물에 씻으면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3번 세척 후 8시간 경과 후에도 상당량의 포도상구균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연구진은 또한 세간의 주장과 달리 유기농 순면 탐폰이 면, 레이온, 비스코스 혼방 탐폰에 비해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결과도 얻어냈다. 순면 탐폰의 구조로 인해 산소가 더 많이 유입돼 포도상구균의 확산을 원활하게 한다는 것이다.

8. 국내 최초 판매 허가된 생리컵에서 인체에 무해한 수준의 VOC 검출

생리컵은 휘발성유기화합물로부터 자유로울까. 식약처가 지난해 국내 최초로 판매를 허가한 생리컵인 ‘페미사이클’에서도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 다만 생리대와 마찬가지로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의 미량이었다.

이렇게 생리컵과 관련한 부정적인 체험담, 피해사례, 연구결과를 소개한 것은 생리컵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생리컵이 100% 안전하다고 홍보해왔던 여성단체의 주장이 어리석은 환상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다.

세상에 100% 안전은 존재하지 않는다. 100% 안전한 줄로만 알았던 생리컵도 이처럼 생리질환과 관련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TSS, 콩팥산통 등 예상하지 못했던 임상사례가 나온다. 케나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보면 생리컵이나 생리대나 포도상구균이 검출되는 비율은 비슷하다.

휘발성유기화합물도 전혀 없을 거라고 했는데 미량 검출다. 완전히 100% 안전하다고 믿었던 생리컵도 결국 생리대나 탐폰과 똑같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결국 무엇을 쓰건 똑같다. 무엇을 쓰건 여성들은 생리용품에 자신들의 생리건강에 대한 불안을 투사하며, 무엇을 쓰건 불만이 있고 부작용이 나온다. 지금 당장은 새로 등장한 생리컵이 뭔가 더 안전해 보이고 새로운 돌파구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써보면 역시 똑같다. 장점과 단점이 있고 호불호가 갈라진다. 사용자가 많아지면 더 많은 불만 및 부작용 사례가 쏟아질 것이다.

그러니 100% 안전은 환상이다. 100% 안전이 가능하다고 믿고 이를 확보해야만 안심할 수 있다는 식의 태도는 그야말로 어리석다. 여성단체가 그토록 신성시하는 자연, 우리가 늘 먹는 농산물, 수산물, 공기, 물, 토양 등도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심하고 먹고 마시고 호흡할 수 있는 것은 상대적 안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절대적 안전까지는 아니어도 생명활동에 영향이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상대적 안전을 확보하기 때문에 큰 걱정 없이 누리고 이용하는 것이다.

생리대, 탐폰, 생리컵도 마찬가지다. 절대적 안전까지는 아니어도 상대적 안전을 확보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기업, 과학자, 정부가 함께 노력해 지금의 안전을 확보했다. 이들은 결코 국민의 안전을 하찮게 여기지 않는다. 모두들 위험의 확률을 최대한 줄이고 안전의 확률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오히려 위험보다 더 위험한 것은 위험에 대한 지나친 불안이다. <내츄럴리 데인저러스> (Naturally Dangerous)의 저자 제임스 콜먼은 말한다.

안전해야 하고 안전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절대 안전을 추구하는 순간 모두 불안전으로 바뀐다. 세상은 기본적으로 불안전한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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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화장품비평가. 작가 겸 번역가. ‘뉴스위크’ 한국어판 번역위원을 지냈다. 2004년과 2008년에 두 차례 폴라 비가운의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를 번역하면서 화장품과 미용 산업에 눈을 떴다. 이후 화장품비평가로 활동하면서 ‘헬스경향’, ‘한겨레’ 등에 과학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화장품의 기능과 쓰임을 정확히 알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 '서른다섯, 다시 화장품 사러 갑니다'(2020·세종도서 선정),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2019),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공저), ‘명품 피부를 망치는 42가지 진실’(공저) 등이, 옮긴 책으로 ‘하루 30분 혼자 읽기의 힘’,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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